밀림의 취미/문학

[문학리뷰] 이미,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

만수누이 2020. 10. 8. 22:32

 

이미,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

 


바위

호랑이를 보고 온 사람은 호랑이바위라고 부른다

독수리를 보고 온 사람은 독수리바위라고 부른다

용을 보고 온 사람은 용바위라고 부른다

바위를 그냥 바위라고 부르지 않는다


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을 본다

같은 바위를 보고도 누구는 기쁨을 보고

누구는 슬픔을 본다

사람들은 뭘 보면, 자꾸 덧씌운다

그렇게 밖을 보지 않고 안을 본다

그럼, 지금부터 바위를 뭐라고 부르지

바위는 참 난처한 일이다

비가 내리고, 눈이 내리고, 바람이 불어도

바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


이 시를 처음 만났을 때 충격을 받았다.

너무나도 내 마음과 같았다. 

말이 말을 만들고,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고,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고,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였다.

그래서 듣는 사람을 생각하고, 옮길 사람을 생각하며 말을 하고자 하니 나는 더더욱 바위가 되려고 노력한다.

바위는 난처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. 더 이상 말이 커지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이겠지

나의 말이 옮겨다니다 나에게 다시 왔을 때 좋지 않았던 적이 대부분이었다.

내 말에 담긴 나의 뜻, 감정, 의미 등등이 왜곡되어 전해져서 전혀 다른 뜻, 감정, 의미로 돌아온다.

나의 의도가 왜곡된다는 것 그것도 남에 의해서 이러면 참으로 억울하다.
때때로 좋은 의미로 했던 말이 나쁜 결과로 돌아와서 억울한 일이 잦다 보니 더 이상
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나의 뜻, 감정, 의미는 최소한으로 담고, 시시콜콜 농담만 던지고 있는 나를 보곤 한다. 씁쓸하다.

이렇듯 호사가들이 주변에 있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.

어후 피곤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