밀림의 취미/문학 5

[문학리뷰]가지 않은길

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에서 길이 나란히 갈라졌습니다 둘 다 갈 수 없는 한 길이라서 차마 아쉬운 마음에, 오랫동안 하염없이 서서 덤불 속으로 굽어 드는 한 길을 가능한 멀리까지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똑같이 고운 다른 길을 잡았습니다 무성한 풀에 발길도 뜸했기에 어쩌면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은 그곳을 지나다니는 많은 이들이 거의 똑같이 두 길을 닳게 하고 그날 아침엔 두 길이 다 똑같이 거뭇하게 짓밟히지 않은 낙엽에 묻혀 있었는데 말이죠 아, 한 길은 훗날을 위해 고이 아껴 뒀습니다 길은 길로만 통한다는 이치를 알면서도 행여나 돌아올 날 있으려나 싶었습니다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하겠지요 한 숲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로 인..

[문학리뷰]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

마왕을 기리며...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작사: 신해철 작곡: 신해철 편곡: 신해철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의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 갈 때 같이 닮아 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대여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..

[문학리뷰] 지란지교(芝蘭之交)를 꿈꾸며

몇 해 전 우연히 만난 수필집시와 수필이 적절히 섞여있어서 가끔 심심할 때 꺼내서 랜덤으로 펼쳐서 읽는다.몰입도 최강..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.지란지교(芝蘭之交)를 꿈꾸며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. 입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은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,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,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,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.......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, 제 형제나 제 자식 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.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..

[문학리뷰] 이미,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

바위호랑이를 보고 온 사람은 호랑이바위라고 부른다독수리를 보고 온 사람은 독수리바위라고 부른다용을 보고 온 사람은 용바위라고 부른다바위를 그냥 바위라고 부르지 않는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같은 바위를 보고도 누구는 기쁨을 보고누구는 슬픔을 본다 사람들은 뭘 보면, 자꾸 덧씌운다 그렇게 밖을 보지 않고 안을 본다 그럼, 지금부터 바위를 뭐라고 부르지 바위는 참 난처한 일이다 비가 내리고, 눈이 내리고, 바람이 불어도바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시를 처음 만났을 때 충격을 받았다.너무나도 내 마음과 같았다. 말이 말을 만들고,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고,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고,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였다.그래서 듣는 사람을 생각하고, 옮길 사람을 생각하며 말을 하고자 하..

[문학리뷰] 부기 영화-급소가격

어떤 사람들은 고작 글씨로 채워져 있는 종이 뭉치에 푹 빠져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고어떤 사람들은 유치한 영화를 보면서 열광하고 심지어 장난감까지 소비합니다.잔디밭에서 22명이 작은 공 하나를 차려고 발버둥 치는 행위에 수십억 명이 열광하고매일 저녁 tv앞에 모여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하죠퇴근 시간은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시계를 보고나를 사랑하는지 확신조차 없는 사람을 위해 줄 선물을 고민합니다.이 중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어요이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총합을 우리는 삶이라 부릅니다.그러니 떳떳하게 원하는 곳에 애정을 쏟으세요그것이 삶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주진 못해도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으니까요. 그렇기에 나도 모두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. 나 또한 모두를 ..